'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22건
- 2012.09.21 0920
- 2012.09.07 구월, 보스턴.
- 2012.08.25 0824
- 2012.08.14 대화
- 2012.07.29 Cantata No.147
- 2012.07.27 NO TURN ON RED
- 2012.07.25 clip
- 2012.07.09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고,
- 2012.06.21 RI
- 2012.06.14 파리의 아케이드
Cantata No.147
NO TURN ON RED
#
대체로, 자기가 허약할 때 문턱을 높인다거나 담벼락을 두껍게 둘러치는 일을 한다.
외부의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더욱 완고해지며, 그 힘으로
누군가를 찌르거나, 세상을 망치는 일에 일조한다.
정의니 진리니 진보니 하는 거대담론까지 들먹이는 지경에 이르면
스스로 그 병을 치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
결여된 것을 욕망하는 일에만 골몰하여
자신의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과 불행을 대가로 요구한다는 것에는 무관심한
유아적 태도는 흔히, 아이들에게서가 아니라
멀쩡하고 매력적인 외관을 갖고 있는 성인들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
홉스봄과 벤야민을 다시 읽는다.
그것들로 당장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읽는다.
#
높고 습한 온도를 견디는 시간들.
최근들어, 영어로 아주 간단한 대화도 이어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꿈을 자주 꾼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부끄러워 식은 땀이 난다.
#
링컨센터는 피셔홀보다 오페라 극장쪽 음향이 나은 것 같다.
어쨌든, '그들끼리의' 사교장 같은 분위기.
카네기홀 쪽이 좀 덜 속물적이다.
#
'안간힘 쓰지 않고 사는 것'은
그래봐야 달라지는 게 별로 없어서였는데.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위로 올라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이런 태도가 신기하고도 편안해 보이나 보다.
그 말을 해 준 B선배는 어디선가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 팔자'라는 소릴 듣고 제법 시무룩.
내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삶을 사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 속은 또 알 수 없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안간힘은 필요하다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고,
그림들은
어떤 세계에 대한 피로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갈증을 지닌 자들을
소리없이 불러 모으고, 위안을 주고
다시, 저 피로한 세계로 그들을 던져넣는다.
..
바흐의 매그니피캇을 듣는 오후.
두 언어 사이에서 게으르고 불안한 시간들.
파리의 파사주들은 대부분 1822년부터 약 15년 사이에 생겨난다. 신상품 가게들, 자체 내에 보다 큰 상품 창고들을 갖고 있는 최초의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 건물들이 바로 백화점의 전신들이다. 발자크는 이 시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진열장의 위대한 시(詩)가 마들렌 교회부터 생드니 성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연(聯)을 노래한다." 파사주들은 사치품 거래의 중심지가 된다. 파사주들을 꾸미는 일을 통해 예술은 상인들에게 봉사하게 된다.(벤야민, <19세기의 수도 파리>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