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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6 동물원에 가 보았지. 4

동물원에 가 보았지.





세기가 바뀌기 전,12월 마지막날을 기억한다.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
과천 대공원은 을씨년스러웠다.
유리벽 바깥의 눈들이 귀찮다는듯 고집스럽게 면벽하고 있는
고릴라 등짝을 한참 노려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묵은 먼지를 털어내듯 몇 가지를 떨궈버렸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브롱스에 있는 동물원에는 코끼리도 없고 숫사자도 없지만
마다가스카르에서 데려온 진귀한 원숭이와 새들이 잔뜩 있었다.
가수면 상태로 우리 안에 널부러져 있는 동물들을 보는 건 이제 더이상 즐겁지 않다.
아이들에게 동물원이 신기한 놀이터인 것은
그들의 상태가 사회화 이전의 자연에 더 가까워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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