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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7 스위트 홈?! 7

스위트 홈?!

룸메이트의 선배 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가아끔, 드라마나 광고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리얼하게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그런 식의 낯간지러운 풍경에 낯설고 적대적이었던 몸이
당혹해하는 걸 남들 몰래 달래야만 했다.
아무튼, 미국식 중산층적인 삶의 전형(?) 혹은
한국의 중산층들이 꿈꾸는 어떤 모델 같은 게 거기 있었다.

저런 삶이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삶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거기엔 탈, 혹은 비-가족적 모델이나 코뮨적 관계를
가치의 모델로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도 대단히 매혹적인 뭔가가 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은 무엇,이 있다고 믿었던 괴테의 시대는 갔다.
소비에트적 분배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맑스의 시대도 이미 갔다.
 (내 안의 낭만성은 이것들을 아직 부여잡고 있지만)
가족이, 국가가, 근대가 얼마나 강고한 신체적 제도인지는
그 안에서 작동하는 어떤 '법들'의 힘보다는
이런 식의 말랑말랑한 관계들, 일상적 풍경들 속에 스며있는
평온한 안락함이라는 자기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출구란, 지금 여기의 삶이 목이 조여 올 때,
누군가의 행복이 내 것은 아닌 삶이 계속될 때 절실해지는 법이다.
중산층적 삶의 쾌적함은 하나의 의사 출구로 기능한다.
스스로 자본주의적 명령을 발화하고 수행하는 이중행위를 기꺼히 받아들이며
자본주의의 심연으로 더 깊이 말려들어가게 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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