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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1 박물관 단상 4

박물관 단상



photo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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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국주의 선진국가'의 박물관이란
더도 덜도 아니고 벤야민 식으로 "문명의 역사란 야만의 역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에 불과하다.

이베리아 어디에 있던 수도원 하나를 통으로 옮겨놓은 클로이스터의 독특함은
미국의 문화라는 것이, 처음부터 '자본의 힘'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과거 제국들이 약탈 장물들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걸 즐겨한다면
미국의 박물관에는 '돈 주고 사온' 것들이 떳떳하게 전시된다. 
제국의 박물관이든 자본가의 박물관이든 어쨌든 박물관에서 역사는 몰수된다.
그 전시방식이 연대기적 척도를 고수한다는 건 하나의 트릭에 불과하다.
미국적  제국주의의 면모(어쩌면 계몽주의)는 자연사 박물관과 인디언 박물관에 있다.
이라크 땅에서 썩은 도끼라도 주워서 50년 쯤 후엔 박물관에 전시할지도 모르지만.

제국주의의 주체로서의 경험이 없는 한국의 박물관은 순진하다.
여기서는 자국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든 정직하게 과시하는 것, 
그리고 국가 경영에 필요한 이데올로기를 전시하는 것만이
최선의 목표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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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로스의 라모를 듣다가,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가 떠올랐다.
음악가 라모의 수다스러운 조카와 계몽주의자 디드로의 철학적(?) 수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두고 온 책은 언제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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