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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있는 혹은 없는 풍경.

    

                                                                                                                    photo by K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실려있는 김광규의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이 초판 인쇄된 날짜는
1979년 10월 20일이다. 며칠 후 '역사'가 벌어지게 되리라고는, 시인도 출판사도 몰랐을 거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라는 그의 말이
유신체제도 아닌 지금까지도 낡은 것이 되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 있게 되리라는 것도.

자이니치 시인 김시종은 모국어인 한국어를 "손톱으로 벽을 긁는 심정으로" 독학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가 사용했던 시어는 모어인 일본어였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은
일본어를 비트는 방식으로 시를 쓰는 것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배우는 언어, 혹은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배우는 언어만이
신체에 각인된다. 시간과 공간을 비틀고 간극을 만드는 것은 그런 말들이다.

요즘 내 말들은 대체로 거칠고, 허술하다. 


"눈 뜨면
적과 동지 어디에나 있고
귀 기울이면
웃음과 울음 어디서나 들려온다"
- 김광규,  '보고 듣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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